그 후(나쓰메 소세키)10-(6)
그러는 사이에 비는 점점 세차게 쏟아졌다. 집을 감싸고 먼 소리가 들렸다. 카도노가 나와서 "좀 추운 것 같네요. 유리문을 닫을까요?" 하고 물었다. 유리문을 닫는 동안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원쪽을 보고 있었다.
푸른 나뭇잎이 죄다 젖었고 유리 너머로 잔잔한 습기가 다이스케의 머리로 불어왔다. 세상에 떠 있는 것은 모조리 대지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다이스케는 오랜만에 제자신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좋은 비군요."라고 말했다.
"전혀 안 좋아요. 저 조리를 신고 왔는걸요."
미치요는 도리어 원망스럽다는 듯 홈통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낙숫물을 바라보았다.
“돌아갈 때 인력거를 부를 테니 걱정마시고 천천히 있다 가세요."
미치요는 그다지 천천히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똑바로 다이스케 쪽을 보더니,
"다이스케씨도 여전히 무사태평한 소리를 하는군요."라고 나무랐다. 그러나 눈가에는 웃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껏 미치요의 그림자에 숨겨 흐릿해 있던 히라오카의 얼굴이 이때 선명하게 다이스케의 마음의 눈에 비쳤다. 다이스케는 갑자기 어두컴컴한 곳에서 무언가가 덮쳐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치요는 역시나 벗어나기 힘든 검은 그림자를 질질 끌면서 걷고 있는 여자였다.
"히라오카는 어찌 됐어요?"라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러자 미치요의 입가가 굳어진 것처럼 보였다.
“변함없죠."
"아직 아무것도 안 합니까? "
"그건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어요. 다음 달부터 대개 신문사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잘됐네요. 전혀 몰랐군. 그러면 그걸로 당분간은 괜찮겠군요."
"네, 아무튼 다행이죠.”라고 미치요는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다이스케는 이때 미치요가 굉장히 귀엽게 느껴졌다. 이어서,
"그쪽으로는 당분간 걱정할 일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그쪽이라니-.” 하고 조금 주저하던 미치요는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나, 실은 오늘 그걸로 사과하러 왔어."라고 말하며 고개숙인 얼굴을 다시 들었다.
다이스케는 조금이라도 거북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그 이상 여자의 자애로운 혈류에 파도를 일게할 수는 없었다. 동시에 일부러 남의 비위를 맞추는 듯한 말을 하여 상대방을 더 가엷게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피했다. 그래서 말없이 미치요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앞서 받은 200 엔은 다이스케에게서 받은 즉시 빚을 갚을 생각이었으나 새롭게 집을 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지출이 많아져 그만 얼마 정도를 그쪽 용도로 사용하게 된 것이 발단이었다. 나중에 보니 이번에는 하루하루 생계에 쫓기기 시작했다. 자신도 탐탁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바쁘지면 쓰고 바빠지면 또다시 사용하다 보니 결국 거의 다 써 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부부는 지금까지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리어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꾸려왔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중간하게 수중에 돈이 있으니 바쁜김에 급할 때마다 써버리고 중서까지 쓴 중요한 빚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이건 히라오카가 나쁜 게 아니다. 전부 자신의 잘못이다.
“저, 정말로 미안한 일을 한 것 같아서 후회하고 있어요. 하지만 돈을 빌렸을 때는 절대로 다이스케씨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할 생각이 아니었으니 이해해 주세요."라고 미치요는 몹시 괴로운 듯이 변명했다.
"어차피 당신에게 준 거니까 어떻게 쓰든 누가 뭐라고 할 게 아니죠. 도움이 되긴 했다니 다행입니다."라고 다이스케는 위로했다.
그렇게 '당신'이라는 말을 일부러 무겁게, 한편으로는 느슨하게 입에 담았다. 미치요는 그저,
"그 말을 들으니 얼마간 안심했어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비가 계속 와서 돌아갈 때는 약속대로 인력거를 불렀다. 춥길래 서지 위에 남성용 겉옷을 입히려고 했더니 미치요는 웃으며 입지 않았다.(続きはこちら)
